사업전략 / / 2022. 9. 28. 11:41

대학 축제 주점운영 후기와 오프라인 사업

대학시절 학과 대표를 맡은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사업 경험이라면 대학 축제 때 운영했던 학생회 주점이 저의 첫 번째 사업 경험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당시는 매출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내용을 공개하겠습니다.

주점 컨셉과 입지선정

공업 전문대학 가운데 유일한 문과 학부였던 저희는 주점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매출에 대한 부담감이 컸습니다. 문과 대학이라 여성 비율이 높은 특성상 마케팅이 유리했던 덕에 작년 경영학부의 주점 매출 수익률은 1등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문과대학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매출 1등을 쉽게 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긴급하게 전대 선배들을 호출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선배들은 대학 주점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중요한 요소는 경쟁력 있는 주점 컨셉과 위치라고 말했습니다. 본래 컨셉은 원가와 인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맥주창고 형태의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습니다. 자리와 술만 제공하고 안주는 주변 다른 상점에서 포장해오도록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비용은 줄어들지만 다른 곳에 비해 매출을 높일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선배들이 매출을 높이는 데 성공했던 이자카야 컨셉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안주의 조리과정이 쉽지 않고 원가를 절감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문과 학부가 이때까지 이자카야 컨셉 주점을 운영해왔다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의 유리함으로 상쇄시킬 계획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주점의 위치였습니다. 주점 위치는 모든 학부들이 모여서 제비뽑기 순번으로 진행했는데 다행히도 3등에 선정되었습니다. 저희는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 본관 중앙 자리는 선점하지는 못했지만 본관과 경영학부 건물을 잇는 통로 자리를 골랐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경영학부 내수 고객과 본관 중앙을 돌아보는 외부 고객 모두 끌어모을 수 있는 최적의 입지였습니다.

원가절감 및 인력배치

이자카야 안주의 특성상 조리과정이 오래 걸리고 재료들의 원가가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우선은 안주 종류를 최소화하고 학과단위로 안주 하나를 집중적으로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경영학과는 닭꼬치, 관광 컨벤션학과는 콘치즈와 서빙, 유통학과는 나가사키 짬뽕을, 세무회계학과인 저희는 삼겹 숙주볶음을 맡았습니다. 3번의 회의에 걸쳐 서로 레시피를 공개하고 조리과정과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처음 회의에서는 코스트코 덩어리 돼지고기를 사용해서 원가를 절감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덩어리 고기를 삼겹 숙주볶음에 들어갈 크기로 손질하는 것이 초보자의 입장에서 쉬울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코스트코급의 원가절감과 품질 측면에서 밀리지 않는 대학교 인근 정육점을 찾아다녔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당일 구매하여 신선도를 최고로 유지할 수 있고 운송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0군데도 넘게 돌아다닌 결과 저의 기준을 만족하는 정육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해서 개인 정육점이라는 특성상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용하였습니다. 대량 구매와 주변 학생들에게 정육점 소개를 조건으로 고기 단가를 할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본래 코스트코 고기 가격보다 15% 가격을 절감하고 신선도와 고기 손질의 번거로움, 배송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저의 협상 전략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수많은 팔로워를 조건으로 좋은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전략인 것 같습니다. 대학 축제 때 사용한다는 조건은 많은 고객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회의 과정 중 의견을 나누면서 각자 맡은 메뉴의 레시피를 최적으로 다듬고 조리과정을 연습했습니다. 그 결과 조리 과정의 어려움과 원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값진 경험과 사업 아이디어

축제 당일이 되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주점을 시작하기도 전에 천막 설치 자리부터 생각보다 협소해서 위치를 기억자 모양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른 경쟁 주점은 낮부터 주점 광고 전단지를 돌리는 것을 보면서 마케팅 전략이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는 낮에 진행하는 팝업스토어 행사에 학과 단위로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에게 저희 주점을 홍보하고 다녔습니다. 밤이 됐을 때 관광학과 팀원들은 형광봉을 들고 학생들을 끌어모으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일에 삼겹 숙주볶음 조리를 담당했는데 처음에는 팬이 제대로 달궈지지 않아 첫 손님을 많이 기다리게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고기를 추가해서 줬더니 고맙고 맛있다는 피드백이 돌아왔습니다. 첫 고객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조리과정이 익숙해진 저는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부탄가스가 소모된 것을 늦게 알고 불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서비스를 주거나 다른 안주로 유도하는 등의 기지를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축제 댄스팀이 삼겹 숙주볶음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단체로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뿌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즐거운 대학 축제를 주방에만 갇혀서 보내야 했지만 그 힘든 마음이 모두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천막 철거 및 뒷정리도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인당 20만 원의 순수익이 났다는 말을 듣고 저절로 힘이 났습니다. 하루 20만 원의 수익은 대학시절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도 얻을 수 없었던 금액이었습니다. 축제 준비부터 당일까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저의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사업은 위험하고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뿌듯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얼마든지 오프라인 사업에서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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